Travel/Israel & Palestain

외국인선물 추천 : 어서와 인사동은 처음이지

예그리나사그랑이 2020. 5. 16. 17:43

인사동을 가는게 아니었다

이스라엘을 가게 되면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1년 남짓의 시간이지만, 한국인이 없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내 정체성을 찾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에 생각해보니, 

처음 생각했던 여러 희망들이 모두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때 주어졌던 환경들이 내가 소망했던 여건이라는 것을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일 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난 이후에 

두가지 정도를 기대했던 것 같다.


1)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자

2) 외국인 친구가 받았을 때 정말 고마움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자


역시 준비했던 선물을 나눠주는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여기저기 생각을 해둔 곳을 찾았지만, 

생각보다 한국적인 선물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진짜다. 한국적인 선물을 찾아보라. 없다.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인사동으로 무작정 나섰다. 

집에서 꽤나 거리가 있음에도 인사동이라면 선물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름 희망을 가지고 도착한 그 곳에는

너무나 황당하게 한국적인 선물이 많지 않았다.


돌아다니다가 결국 손에 쥐게 된 것은 만만한 부채.


근데. 비싸.

엄청. 비싸.

그냥 막 비싸.


비싼데 평범해.

그냥 막 만든 느낌이야.


분명 중국발 제품들일거다.




쓸모있는 선물을 택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
받아서 기분 좋은, 그래서 오랫동안 보관할만한 선물이 아니라,
실제로 같이 지내면서 잘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을 주겠다고 말이다.

부채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됐다.

나름 땀부자, 열쟁이의 삶을 살아온 필자이기에 
좋은 부채, 사용하고 싶은 부채를 고르는 일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1) 천천히 휘둘러도 시원해야 한다.
2) 흐물거리지 않아서 휘두르기 편해야 한다.

두가지 조건만 맞으면 좋은 부채다.

적당한 부채를 골랐다.
당시에 한창 유행했던 드라마가 '뿌리깊은나무' 였기 때문에
태극기 문양보다는 훈민정음 문양으로 선택했었던 기억이 있다.
(별 시덥잖은 이유로 진지하게 선택했다)



받아서 좋아했냐고?

당연하다.
외국인친구중에서 부채의 사용처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사용해본 친구들 중에서 안 쓰고 버려두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키부츠 생활에서 각자의 잡이 끝나고 숙소 들어왔을 때
누워서 부채질을 하는 문화는 가히 선풍적이라고 할만큼 대단했다.




단단하다




메인은 흰색, 서브로 노랭이와 초록이.









마, 내가 한국인이다.

내 부채는 다르다. 

내꺼다.

대다난 부채다.


한국인에게 태극문양이란 큰 의미가 있기에

(지금이야 태극기로 이모저모 말이 많은 시대이지만..)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커다란 태극을 달고 다니는 방법이 가장 좋아보였다.


1) 크고

2) 화력하고

3) 태극이 잘 보이고

4) 시원해야 한다.


잘 골랐다.

들고다니면서 사용할 부채.









소중한 사람은 많았다.

부채를 다 나눠줄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내 태극 부채까지 다 나눠주고 올만큼 많은 외국친구들을 사귀었고,

또 지금까지 연락하는 귀한 인연들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