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을 가는게 아니었다
이스라엘을 가게 되면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1년 남짓의 시간이지만, 한국인이 없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내 정체성을 찾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에 생각해보니,
처음 생각했던 여러 희망들이 모두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때 주어졌던 환경들이 내가 소망했던 여건이라는 것을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일 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게 될 것을 기대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난 이후에
두가지 정도를 기대했던 것 같다.
1)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을 기억할 수 있는 아이템을 주자
2) 외국인 친구가 받았을 때 정말 고마움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자
역시 준비했던 선물을 나눠주는게 가장 좋을 것 같아서,
여기저기 생각을 해둔 곳을 찾았지만,
생각보다 한국적인 선물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진짜다. 한국적인 선물을 찾아보라. 없다.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인사동으로 무작정 나섰다.
집에서 꽤나 거리가 있음에도 인사동이라면 선물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나름 희망을 가지고 도착한 그 곳에는
너무나 황당하게 한국적인 선물이 많지 않았다.
돌아다니다가 결국 손에 쥐게 된 것은 만만한 부채.
근데. 비싸.
엄청. 비싸.
그냥 막 비싸.
비싼데 평범해.
그냥 막 만든 느낌이야.
분명 중국발 제품들일거다.
쓸모있는 선물을 택했다.
받아서 좋아했냐고?
단단하다
메인은 흰색, 서브로 노랭이와 초록이.
마, 내가 한국인이다.
내 부채는 다르다.
내꺼다.
대다난 부채다.
한국인에게 태극문양이란 큰 의미가 있기에
(지금이야 태극기로 이모저모 말이 많은 시대이지만..)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커다란 태극을 달고 다니는 방법이 가장 좋아보였다.
1) 크고
2) 화력하고
3) 태극이 잘 보이고
4) 시원해야 한다.
잘 골랐다.
들고다니면서 사용할 부채.
소중한 사람은 많았다.
부채를 다 나눠줄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내 태극 부채까지 다 나눠주고 올만큼 많은 외국친구들을 사귀었고,
또 지금까지 연락하는 귀한 인연들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