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여행의 시작
진짜 여행이라고 부를만 하다.
혼자 낯선 외국땅에 떨어진 것도 신기한데,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의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센터를
찾아가는 일이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스라엘 키부츠 생활 중에서
가장 긴장하고, 가장 신기하고, 가장 어려웠던 일이
KPC 센터를 찾아가는 일이었던 것 같다.
기억을 더듬어본다.
# 이렇게 생긴 비행기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생각보다 긴 시간을 이동하면..
# 이렇게 공항 입구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Welcome to Tel-aviv 란 문구가 반가워서 사진을 남겼는데, 정작 글씨는 가려졌네요.
(드디어 텔아비브, 듣도보도 못 한 이스라엘 행정수도에 도착했다)
# 비행기에서 나만 동양인이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모두 서양사람 아니면 중동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자신있게 길을 따라갑니다. 얘네가 자기들 동네에서 길을 잃을 일은 없으니깐요 ㅎㅎ
# 걱정했던 짐을 찾았습니다.
23시간이나 떨어져있었던 내 짐. 찾았다는 기쁨은 한 순간이고, 여기저기 찌그러져있고, 커버는 이미 반쯤 찢어져 있습니다. ㅠ-ㅠ
그래도 뭔가 경험의 흔적인 듯 보여서 구겨진 곳들을 굳이 펴지 않기로 합니다.
(우리나라 항공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수하물을 거칠게 다룬다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한다
짐을 쌀 때는 늘 직접 던져보고 열리지 않고 터지지 않을정도로 패킹을 하게 됐다)
# 삼엄하다고 소문나 있는 이스라엘 공항 입국장입니다. 검색대가 가장 삼엄하겠지만, 일단 여권심사국을 지나가야 합니다.
카메라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핸드폰으로 슬쩍 남겨봅니다.
(아직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경험해보지 않아서 사진을 찍을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다시 가라고 한다면 난 절대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거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모두 경험했지만, 가장 거칠고 까다로운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 하아.... 여권심사부터 걸렸습니다. 웃으면서 심사를 받으라고 조언을 받아서 계속 웃으면서 대답했는데 엄청 무서운 얼굴로 여러가지 질문을 합니다.
분명히 발런티어가 뭔지 알면서 , 그게 뭐냐고 질문합니다 -_- 혼자 온 거 알면서 왜 일행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아! Just trip 이라고!
격리조치 됐습니다. ㅡ,.ㅡ;;;; ㅋㅋㅋㅋ
저기 작은 방에 들어가라고 해서 어렵게 찾아가서 들어가니깐 , 안에 있는 무서운 아저씨는 왜 함부로 들어오냐고 소리칩니다. -_-
이것들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이것들이....
웃으면서 알았다고 대답합니다. ㅡ,.ㅡ;;;; ㅋㅋㅋㅋ
# 엄청 눈치보면서 조심스럽게 인증샷 하나 남겼습니다. 안에 있는 아저씨를 몰래 담아보고 싶었는데, 종종 소리치길래 무서워서 못 찍었습니다.
(저기서 사진을 찍는다는건, 이스라엘이 어떤 나라인지 난 모릅니다. 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지금하라면 절대 절대 하지 않을거다.. 저기서 한시간 이상 기다렸던것 같다.
아마 기싸움 같은 느낌이었나..)
# 와우, 그래도 결국은 풀려났습니다.
아마도 너무 새벽시간이라 사람들이 예민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잠시 억류를 당했다가 풀려나니깐 그 어렵다는 검색대도 그냥 통과하게 해줍니다. 나이스.
# 이스라엘에 입국하는 감격적인 첫 사진입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조금 놀랐습니다. 이쪽 애들은 넓은 것 보다는 높은 것을 선호하나봅니다.
새벽 4:30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시간에 수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깃발을 흔들며 환영하는 모습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 기둥이 이렇게나 높습니다. 쓸데없이 왜 이렇게 높게만 지었는지 모르겠네요;
(저기 천장에 붙어있는 풍선들은 헬륨풍선이 올라간건데,
지금 보니 학생들이 수학여행 끝내고 공항에 풍선 들고 환영했다가
놓치거나 버리거나 했던 것 같다.
미주나 유럽권도 마찬가지지만 생각보다 쓰레기에 대한
개념들이 우리 동양권과는 달라서
우리가 볼 때는 이렇게 지저분하게 ? 라고 생각할 때가 한두번이 아녔다)
# 저기 노란 푯말을 지나면 다시 들어오지 못한다고 적혀있습니다.
바닥에 굵은 선으로 표시해뒀는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어요.
# 약 한시간쯤 의자에 앉아서 쉬면서 KPC(Kibbutz Program Center)까지 가는 방법을 공부해봅니다.
미화로 바꿔 온 돈은 쓰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습니다. 공항에 ATM 기계가 있었거든요.
거기서 바로 세켈을 출금해서 사용하는게 훨씬 더 저렴하다고 합니다.
미국 달러는 나중에 시내에 나가서 사설 환전소에서 환전하는게 경제적이래요.
히브리어로 된 ATM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은 까짓꺼 간단합니다.
카드 넣고 글자가 나오면 느낌상 왼쪽 맨 위에 메뉴가 인출이겠거니 누르니 숫자들이 나옵니다. 오예~
숫자중에 원하는 액수가 없길래 순자 제일 아래에 글자를 눌러봅니다. 오에~
역시나 숫자를 적는 칸이 나오네요. 자신있게 액수를 적고 인출을 눌렀는데, 카드는 나오는데 돈이 안나옵니다.
헐... 통장에서 돈은 나가고 인출은 안된건가? 순간 머리가 띵~ 합니다.
그래도 뭐 뽑긴해야 하니깐 다시 같은 순으로 들어가서 이번에는 메뉴에 나와있는 숫자를 눌러봅니다.
나이스. 돈이 나옵니다.
까짓꺼 해보면 안 되는게 없습니다.
# 전철인지 기차인지 알 수 없는 것을 타러갑니다. 16세켈인데, 저 때는 100세켈짜리 지폐밖에 없었습니다.
(당시는 1세켈에 300원으로 계산하면 대강 맞았는데, 지금은 1:350을 훌쩍 넘어가는 것같다)
100세켈짜리 지폐를 넣고 16세켈짜리 표를 뽑으니 잔돈을 모두 동전으로 뱉어줍니다.
기계에서 끊임없이 동전이 쏟아져 나와서 무슨 잭팟 터진 줄 알았습니다.
다들 쳐다봤는데, 역시나 내가 쳐다보니 눈을 피합니다 -_-
# 이스라엘에 처음 들어와서 느낀 건 생각보다 기계는 최신식이라는 겁니다.
나름 실용성을 생각해서 만들어 놓은 기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이랑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예를 들면 주위에는 흙먼지가 날리고 있는데, 기계만 반질반질 한다거나 하거든요.
# 전철인지 기차인지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무슨 대기시간이 30분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들고왔던 면세 쇼핑백이 생각보다 유용합니다.
백팩과 캐리어가 만땅으로 차서 더이상 물건을 넣을 수 없었는데, 쇼핑백이
한계치만큼 일을 해줍니다.
# 새벽 시간이라 아직 사람이 많이 없습니다.
# 열차 시간표와 정거장 안내도인데, 의미 없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정거장 이름도 모르는데, 봐서 뭘 알겄습니까 ㅋㅋ
심지어 공항이랑 이어진 정거장인데 , 정거장 이름이 Airport가 아닙니다 -_-
네이밍센스하고는 으이그.
# 30분을 기다린 기차는 단 20초 정도만 문을 열었다 닫고는 출발합니다.
저기 앞에 검은 옷 누님이 사진찍는 내게 먼저 찾아와 가는 길을 물어보고 이걸 타라고 합니다.
기차 문이 열려도 사진을 찍고 있으니 얼른 타라고 이야기하고는 먼저 탑니다.
# 바로 기차 안 탔으면 또 30분을 기다릴뻔 했습니다. 가차없이 바로 문을 닫아 버립니다.
(이스라엘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꼭 기억해야 한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문화는
'가차없음'이다. 절대 기다려주거나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
# 저기 뒤에 저 누님입니다.
# 다행히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서 , 짐이 많았어도 편하게 앉아갔습니다.
# 가는 길은 다 이해했는데, 그 누님이 자꾸 불안해해서 어쩔 수 없이 일부러 저 앞에 안내도를 보는 척 일어났다가 앉기를 반복했습니다.
편하게 앉아있으니깐 누님이 자꾸 힐끔힐끔 불편하게, 불안해하며 쳐다봤거든요. 일어나서 안내도를 보고 다시 앉으면 뒤에 누님도 안도의 한숨 비슷한 걸 쉽니다;;
# 자 이제부터 혼란의 시작입니다.
역에서 내려서 56번 버스를 타라고 했는데, 몇 번 출구로 나가라는 안내가 없었거든요.
역에 있는 총 든 아저씨에게 길을 물어봐서 겨우겨우 버스를 타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길을 물어볼 때는 총든 사람이 짱입니다. 총 안 든 여자들은 길을 잘 모르고, 총 안 든 남자는 어리벙합니다. -_-
# 정거장을 찾고 나니 그제야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의 하늘보다 높고, 맑았습니다. 출발 당일 한국은 최악의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였기 때문에 맑고 푸른 하늘이 더 반갑습니다.
# 56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아니, 이스라엘이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외국인을 많이 봤을텐데, 왜 나를 볼 때마다 얘네가 더 당황할까요 -_-
(대부분 이스라엘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또 특별히 발런티어 지원을 위해서 kpc 센터를 찾아가는 외국인들은,
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센터로 이동하기 때문에, 직접 도심에 있는 버스에 외국인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탑승하는 일은 거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내가 센터에 도착하고 또 야드-하쉬모나(키부츠)에 도착해서
버스로 계속 이동해서 왔다고 하니, 너무 놀라워했던 현지인들과 외국 친구들이 생각난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도전해보라, 똑똑한 우리 한국인들은 버스로 충분히 이동 가능하다!
우린 한국인이고, 돈이 없으니깐!)
# 버스에서 내 포지션은 항상 기사 시야 안에 있는 것입니다 ㅋㅋㅋ 정거장에 버스가 설 때마다 여기가 내가 내릴 곳이냐고 물어봅니다.
# 와우. 그렇게 찾아온 제 1 목적지 KPC 입니다. 새벽에 사람도 없고 날도 맑아서 사진은 그럴 듯 하게 나왔죠?
# 이제서 마음이 조금 더 놓입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안내문에 저 건물이 흑백 사진으로 담겨있습니다. 그림으로 보던 걸 직접 눈 앞에 두니 뭔가 유적을 발견한 기분이었지욮.
# 센터 G 층입니다. 이스라엘의 1층은 우리나라에 2층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1층은 G층으로 표시를 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G층의 개념이 많이 도입됐다. 세월이 흘렀다)
# 무거운 짐부터 내려놓습니다. 백팩이 12kg, 캐리어가 23.5kg 해서 거의 35kg가 넘어서는 짐을 들고 다니려니 무거운 것보단 일단 불편합니다;;
# 센터안에 들어오니 내 집에 온 것 마냥 편안합니다. 일단 웃으면서 맞이해주니 마음이 좋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먼저 잘 안 웃어준다는 의미다. 특히 외국인에게..)
센터 운영이 8시부터 시작된다고 아직 1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대신 커피나 티를 마음껏 먹으라고 직원 탕비실로 안내해줍니다.
# 역시 거처가 있다는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커피 한 잔 타서 앉아있으려니 이제까지 걸어다녔던 수고가 살짝 풀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커피타는 법을 안 배워와서 ..... 저게 커피인지 커피죽인지 엄청났습니다.
다음 여행기는 센터를 떠나 Yad-hashmona 까지의 여정입니다.
길 찾는게 전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며 떠났는데 -- 죽을 뻔 했던 시간들을 소개할께요~